진화 경향을 일반화하는 데는 약간의 모험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진화는 여러 방향으로, 그것도 제각기 다른 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형질이 빨리 변하고 어떤 형질은 서서히 변합니다. 만약 어떤 종에서 여러 형질이 급속히 변했다면 그에 따라 그 종도 급속하게 진화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다수 형질이 서서히 변하는 종은 자신의 먼 조상과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일 것입니다. 심지어 같은 종 내에서도 기관에 따라 진화 속도가 다르며, 그 분화 수준도 각기 다릅니다.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매우 진화된 형질을 가진 종에서 때로 대단히 원시적인 형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컨대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를 매우 진화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의 입만을 놓고 본다면 이것은 매우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다소 하등한 오리너구리의 경우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앞선 구조의 잎, 즉 잘 분화된 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소화관은 비록 반추동물의 위만은 못하지만 매우 효율이 높고 복잡하며, 자랑해도 좋을 만큼 잘 분화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소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여러 동물의 다양한 소화관을 탐구한 뒤, 뒤 이은 글들에서 사람의 소화 기관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화계
소화(digestion)란 음식물을 흡수가 가능하도록 작은 분자 형태로 분해하는 기계적, 화학적 작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흡수된 소화 산물은 에너지원과 생명 현상에 필요한 재료 물질로 사용됩니다. 동물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먹이를 얻고 있으며, 실제로 삶을 구성하는 대부분은 먹고 먹히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양(nutrition)은 포괄적인 용어로, 영양 상태 혹은 영양 공급에 관계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하나, 이 글에서는 영양물 뿐만 아니라 영양원, 소화, 화학적 특성, 물질대사에서의 역할 등을 다 함께 다루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어떤 생물은 음식물을 실제로 섭취하지 않는 세포외 소화를 합니다. 균류와 세균류는 단순히 소화효소를 배지에 내보내서 음식물을 간단한 형태로 분해한 다음 세포 안으로 흡수합니다. 이에 비해 다수의 진핵생물은 음식물을 세포내로 이동시켜 식포에서 소화 시킵니다. 짚신벌레나 아메바 같이 큰 원생생물에서는 쉽게 식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무척추동물의 주머니 모양의 소화계-간장
기관계가 발달되지 않은 해면동물의 경우 음식물의 섭취는 편모가 있는 동정세포(cillar cell, choanocyte)가 담당합니다. 동정세포의 편모가 수류를 일으켜 물이 해면의 체내로 밀려들어오면, 물속에 있던 먹이 입자가 동정 부분의 점액층에 걸려듭니다. 이어 세포질 내에 식포가 형성되고 세포내 소화가 일어납니다.
자포동물과 편형동물은 항문이 없는, 주머니 모양의 강장으로 소화를 합니다. 강장의 벽은 효소를 분비하는 세포, 식세포, 섬모세포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강장에서 분비된 소화효소에 의해 부분적인 세포외 소화가 일어난 뒤 남은 먹이 입자들은 다시 식세포에 의해 먹혀져 세포내 소화로 소화가 연결됩니다.
관상의 소화계
자포동물과 편형동물보다 고등한 무척추동물의 소화계는 관 속의 관 구조이며, 세포외 소화를 합니다. 이러한 소화계의 보기로서 지렁이류와 곤충류를 살펴봅시다.
지렁이는 흙을 헤집어 부식질을 찾아 먹고 삽니다. 지렁이의 소화관은 기능에 따라 뚜렷이 분획되어 있고, 잘 분화된 몇 개의 기관들이 여기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입은 단순한 개구 역할을 할 뿐이고, 이어서 근육질의 인두, 짧은 식도, 일시적으로 먹이를 모아두는 소낭 등을 거쳐 모래 알갱이로 먹이를 잘게 부수는 사낭 등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낭에서 잘게 부수어진 먹이는 장으로 가고, 여기에서 장관벽에서 분비된 소화효소로 소화가 일어납니다.
양분의 흡수는 장 전체에서 일어나는데 장관벽은 장내세로융기로 흡수 면적이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비록 척추동물의 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장관벽에는 클로라고겐(chloragogen) 세포라고 하는 상피세포들이 포도당의 글리코겐 전환, 아미노산의 탈아미노화 반응, 요소 생성 등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저작형 구기부를 가지고 있는 곤충의 입은 먹이를 맛보는 감각기로서의 수염, 찢고 써는 큰 턱, 잘게 부수는 작은 턱, 저작하는 동안 먹이를 붙들어 주는 윗입술과 아랫입술 등의 5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침샘은 잘 발달해 있고, 분비된 침은 저작과 소화를 돕습니다.
대부분의 곤충에서 소화계는 전장, 중장, 후장으로 나누어집니다. 전장은 먹이가 이동하는 통로 및 일시 저장되는 자오로서 인두, 식도, 소낭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장과 중장의 연접부에는 12개의 위맹낭(gasric ceca)이 있어 중장에 소화효소를 분비합니다. 후장에서는 주로 수분의 흡수가 일어나며, 이 밖에 소화된 양분이나 세포대사 결과 생긴 질소노폐물이 재흡수 되기도 합니다.
파리의 소화계는 이와 좀 달라서 장 외부에서 약간의 소화가 일어납니다. 초콜릿 케이크에 붙어 있는 파리는 먼저 발에 있는 맛감각 기관으로 케이크의 설탕을 맛봅니다. 그리고 나서 머리를 굽혀 설탕 표면 부분에 분해효소를 분비하고 아랫입술 부위로 휘저은 다음 저작형 구기부로 먹어 치웁니다. 결국 우리는 파리가 이렇게 먹고 난 나머지 부분을 먹는 것입니다.
한편 식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들은 식물에 구멍을 뚫고 구기부를 통해 체관의 수액을 빨아 먹는데 진딧물이 그 좋은 예입니다. 과일을 먹는 나방은 우선 과일을 찢고 거기서 나오는 즙을 빨아 먹습니다. 이렇게 구멍을 뚫고 영양분을 빨아먹는 구기부를 가진 동물은 흡혈동물이나 포식동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생명,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위치온 다이어트, 4단계 다이어트 원리, 허용식품, 금기식품 (3) | 2024.09.27 |
---|---|
생물 다양성 (1) | 2024.03.26 |